하시마섬의 또 다른 이름은 ‘군함도’, ‘지옥 섬’이었습니다.
일본은 국가 총동원령을 선포하여 군수 공장이나 광산에 조선인들을 강제로 징용하였습니다. 하시마섬의 탄광은 그중 하나로, 약 800명의 한국인이 동원된 곳입니다. 해저 1,000m에 있는 군함도 갱도는 매우 가파르고 좁았으며, 섭씨 40도가 넘는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은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고무줄로 서로의 몸을 묶어 하루 16시간씩 석탄을 채굴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주어지는 식사량은 콩 찌꺼기와 보리를 섞어 만든 콩깻묵 두 덩이가 전부였습니다. 더구나 일본은 노동자들에게 식사와 주거를 제공해주었다는 이유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몇몇 노동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탈출을 시도했지만, 기적적으로 육지에 닿아도 그곳은 일본 본토였기 때문에 돌아오는 것은 모진 고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강제 징용자들은 하시마섬을 죽어서야 나갈 수 있는 ‘지옥 섬’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군함을 닮은 하시마섬 (사진 아주경제)
“도저히 살 수가 없고 밤이면 영양실조로 다리에 쥐가 나서, 사느니 죽는 것만 못하다는 형색이었어요.
그냥 말채로 만들어서 그놈을 막 후려치면 살이 막 묻어나고 막 주는 소리가 나고 옆으로 큰소리 들리게 때린다 말이오.”
-최창섭 옹, 하시마 강제징용 피해자-
“자유가 없고 꽉 막혀가지고 밥주면 밥먹고 구덩이(탄광) 속에 들어가서 탄캐고…
9층짜리에서 제일 지하가 조선 사람 사는 장소거든요. 그러니까 거기는 햇빛도 안 들고 바람도 그렇게 많이 통하지도 않고.”
-전영식 옹, 하시마 강제징용 피해자-
강제징용에 대한 인정과 반성 없이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가치가 있을까요?
그로부터 2년 뒤, 2017년 일본은 군함도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이행결과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사전에 약속한 내용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보고서에는 피해자를 추모하거나 강제징용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내용 대신, 메이지 시대 산업화의 성과를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러자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는 결정문을 채택하였고, 일본은 2022년 말까지 다시 이행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일본처럼 과거 전쟁 범죄를 저질렀던 독일은 1979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였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전쟁 당시 나치의 잔혹함을 잊지 않기 위함’이라는 등재 목적을 밝히며 피해자 위령비를 세우고 수용소 근처에 박물관을 설립하였습니다. 수용소 해설에도 과거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며 자신들의 과거 범죄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현재 군함도는 일본의 유명 관광지가 되어 많은 관광객과 관광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일본은 하시마섬뿐만 아니라 야하타 제철소, 다카시마 탄광, 미이케 탄광 등 강제징용의 역사가 담긴 여러 곳을 관광 명소로 활용하거나, 아예 폐쇄하여 아픈 역사를 숨기려 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일본은 강제징용과 일제강점기 역사를 알리는 정보센터를 하시마섬과 멀리 떨어져 있는 도쿄가 아닌 하시마섬 근처에 건설해야 합니다.
일본의 추가적인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유네스코는 하시마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지정을 취소해야 합니다.
전 세계의 일본의 이중성을 알리고 과거 일본의 전쟁 범죄와 관련한 역사 왜곡의 진실을 알려야 합니다.